2018년 평범한 좋은 하루 (전주 다채원)

오늘은 미세먼지가 정말 심한 하루였습니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리고 어린이집에서 방학을 맞은 아이와 아내는 둘이 공유한 감기 증세로 인해서 고생하고 있었네요. 

환절기 감기에 콧물을 흘리고 축쳐져서 잠드는 아이에게 별로 해줄게 없다는 무력감은 의사라는 직업에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열이 나서 약을 먹고 몸살에 둘 다 누워있지만,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아내와 아이는 오늘도 가까운 문화센터에서 토요일 오전마다 참석하는 발레 클래스에 참석했습니다. 뭐가 뭔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작년부터 말하더니 가서는 빼곰히 눈치만 보다가 부끄럽게 동작을 따라하다가 나오는 4살 딸을 보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왜 건강해야하는지 다시금 되새깁니다. 먼지때문에 밖에 나가기 어려울 것 같아서 오늘은 문화센터가 위치한 전주 홈플러스의 푸드코트에 위치한 다채원이라는 장소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전주라는 도시는 맛없는 밥은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는 도시입니다. 이 곳에서 저번에도 여기에 왔다가 꽤 괜찮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오늘 다시 가보고서는 꽤 괜찮은 별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사하고 비싼 집은 아니지만 오늘 점심은 가족과 함께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네요 :)

 오늘 다채원에서 두 가지 메뉴와 떡갈비를 시켰는데요. 하나는 불고기 쌈밥 메뉴 6000원이었구요. 쌈채소와 불고기 & 돌솥밥이 나오네요. 계란찜하구요. 저는 8000원짜리 메뉴를 시켰는데 뭐였는지 기억은 잘 안납니다. 순두부찌개하고 뭐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튼 푸짐하고 맛있었던 기억만 나네요 하하.

점원분께서 딸을 이뻐해주셔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사는 곳은 최근 크게 이슈가 된 고준희 양으로 인해 시끌벅적 해진 곳과 크게 멀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또래의 딸을 둔 아내와 저는 더 열심히 살아있기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처럼 밝혀진 아버지와 계모의 딸 시신 유기 소식에 아니기를 바랬던 진실에 또 한 번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작년을 마무리하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은데 저의 일년이 누군가에 의해서 그냥 그렇게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년 전에도 지금도 제 옆에는 소중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조금은 키가 자란 딸아이가 있네요. 언제보다도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아직도 조금은 더 건강하시고 덜 건강하신 친 부모님과 처가집 부모님들께서 든든히 살아계신 사실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조금만 더 자라면 제 딸은 아빠가 싫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님들이 한 분씩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고 떠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감사한 일들이 많은데 자꾸만 잊고만 사는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또 걸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조금은 더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하루였습니다. 

비록 미세먼지의 농도는 아주 높았을지라도 말입니다.